얼마전에도 문과인 아들녀석과 한번 한 적이 있다. 내가 먼저 도발을 했는데, 내용은 인문학 쪽에서 과학이 무엇이라는 진정한 의미도 모른채 아무대나 과학을 붙인다고 트집잡았다. 그러는 것은 그쪽의 열등감 때문이라고. 시원해...
나를 계속 갉아먹는 것이 있다.
얼마전 우리나라 IT 인력양성 대책에 관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거기서 또 나온 얘기가 우리나라에 요즘 소프트웨어를 하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프트웨어가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대학에서나 또는 직업교육으로도 새롭게 이 쪽으로 하려는 사람이 적어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10년 전부터 계속 듣던 얘기다.
왜 사람이 부족한가? 좋은 사람이 왜 드문가? 나는 그 이유가 지금껏 이 쪽으로 배출한 사람이 적어서가 아니라 SW를 하던 사람들이 일찍 그만두기 때문이라 믿는다. 우수한 사람들은 더 일찍 그만둔다. 왜 그만두지? 다른 나라에 Tim Berners-Lee, Bill Joy, James Gosling, Rob Pike, Anders Hejlsberg, Richard Stallman이 50을 넘었지만 현역이고, Joshua Bloch는 40 중반이 넘었지만 SUN을 그만둘 때 까지도 열심히 JAVA Collection 짰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개발자 수명이 10년 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할까? 왜?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다. 노력에 비해,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가치에 비해 보답이 적기 때문이다.
1994년 여름 귀국해서 삼성SDS에 있을 때 들은 얘기가, 요즈음 SW 쪽을 3D 업종이라 여긴다는 것이었다. 황당한 것이 3D 중에 difficult는 좀 이해되지만 dirty와 dangerous 는 왠말인지? 나는 그 때 반도체, 신호처리 쪽 보다 SW로 노는 쪽이 더 재미있고 도전적이라 생각해서 공부도 했고 포부도 컸는데. 아팠다. 그 후로 지금까지도 계속 듣는 얘기도 고무적이지 않다. 나는 소프트웨어가 3D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SW를 어찌 이렇게. 누가 이렇게 만들었지? 분해서 잠을 못 잔 적이 있다.
소프트웨어가 3D 라는 말외에 열 받는 말이 “SW 개발하는 것이 제일 쉽지. xx하는 것은 얼마나 골치아픈데” 이다. 꼭지 돈다. 나는 SW 프로그래밍이 쉬운 적이 없었는데. 바본가? 그러면, 쉬운 문제 줄 테니 너 해 볼래? 대신 내가 너가 어렵다는 xx 해 줄게. xx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면 되지, 왜 SW가 제일 쉬워 누구나, 찍어내기만 하면 할 수 있다고 폄훼하나?
좋은 SW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이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면 된다. 이 쪽으로 20년, 30년 집중할 수 있는 경력을 제공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게 해 주면, 재능있는 사람들이 계속 이 쪽에 남아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제발 SW 인력 문제도 시장에 맡겨 두어야 한다. 그냥 놔 둬라. 지금 좋은 SW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면 그것은 지금껏 그런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아서이다. 20년 경력 좋은 SW 엔지니어 월급 2000만원 줘 봐라. 립서비스만했기 때문에 우리 똑똑한 후배들이 그 사실을 간파하고 속지않은 것 아니냐? 더 부족해져서 대우가 더 좋아지면 할 것 아니겠는가? 어렵다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이 쪽보다 더 재미있고, 쉽고, 대우가 좋은 것으로 갈 것이라고. 당연히. 그렇지만 어느 쪽이 더 재미있고, 대우가 좋을 지는 조금만 길게 보면 잘 모른다. 30년 전에 쌀막걸리 먹게되서 좋다고 했는데, 지금은 쌀이 남아서 골치다. 이러다가, 우리나라 SW 망할 것이라고? 글쎄… 그렇게 되면 그 것 또한 우리나라의 총체적인 Karma 아닐까? 연예, 엔터테인먼트로 더 돈을 많이 벌겠지.
우리 애들만이라도 잘 키워 폼나게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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