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순수한 자장가?

이현봉 2007. 10. 9. 00:16
어디서인가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자장가로 만들어졌다고 보았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하니발박사가 하얀옷을 입고 식사를 하는 장면에도 이 곡의 아리아가 흘렀다.  탁월한 선택이다. 

이곡 처음 들었을 때나 지금이나 첫번째 아리아가 나올 때 소름이 끼친다.  합시코드 보다는 피아노로 연주될 때 그 도입부부터.  딴, 딴 따라 ...   Gould, Perahia, Tureck, Hewitt, Schiff, Jarrett 다 특색이 있다.  Gould는 투명하고, Perahia 는 모짜르트 듣는 것 같이 사랑스럽고, Tureck은 "Goldberg는 이렇게 치는 것이야" 하는 것 같고, Hewitt은 상큼하고, Schiff는 좋고, Jarrett은 흥미롭다.  오늘은 Perahia를 들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이처럼 명료히 아름다운 노래가 또 어떤 것이 있나?  가슴이 턱 막힌다.

이처럼 순수한 곡이 또 어떤 것이 있나.  이 곡을 들으면 감정 찌꺼기는 다 날라가고, 순수한 핵심 그 에센스만 남는 것 같다.  평온해 진다.  겉치레는 사라지고 핵심은 더 투명해진다.  사물을 대하는 우리 마음도 더 투명해 진다.  음악적 "순수이성 추구"?

하니발박사는 이 곡을 들으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차분히 정리했다.  그는 논리에 따라 이성적으로 행동했다.  가장 치열한 전쟁터에, 가장 무료한 무인도에 가져 가고 싶은 노래 하나를 고르라면 골드베르크이다.  골드베르크는 이런 힘을 갖고 있다.  자장가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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