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이 게으르고 무심한 사람에게는 "무슨 무슨 날" 이나 "데이"가 썩 반갑지 않다. 신경써야 하니. 그렇다고 신경쓰는 것도 아니면서. 어머니 권유도 있고 해서, 지난 4월 초 아마도 아버지 돌아가신지 25년 동안 통 털어 새해 들어 가장 일찍 국립묘지에 갔었다. 처와 아들녀석도 같이. 벚꽃이 활짝 피어, 흰꽃잎이 싸아 떨어지고 있었다. 오래전 유치원 때였던가 아니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던가 진해 살 때 아버지에게 내가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벚꽃이 활짝 핀 큰 길에서 달리던 기억이 있다. 그 때에도 벚꽃이 멋있었다. 헬리콥터가 국립묘지 위를 지나간다. 내가 큰 다음, 어느날 아버지가 자정이 넘어 집에 오셨는데, 지방에서 헬기타고 서울오다가 안개가 잔뜩끼어 고생하다 겨우 길이 보여 길따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