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PC 오디오를 시작한게, 그러니까

이현봉 2010. 3. 9. 22:40

1990년대 어느 즈음이었습니다.  간만에 Mintz-Bronfman이 연주한 Frank-Debussy-Ravel 바이올린 소나타 CD를 얹고 앉았는데, 측, 측, 측, 측 하는 잡음이 음악과 함께 나오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CD가 어찌 잘 못 되었나, 아님 플레이어에 잘 못 놓였나 살펴보아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죠.  음악이 커지면 잡음도 커지고.  이 CD 90년대 초반에 산 것이니 당시 10년도 안 된 것이었고 사용 횟수도 수십번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평생을 간다는 CD가 비닐 레코드 보다고 수명이 짧으니 어떻게 된 것인지?

<처음 발견한 맛이 간 시디>

처음에는 이 것 하나였는데, 나중에 또 하나 더 발견하고 그리고 또 하나 더, 그리고 더 더 더...  그러더니 지금은 10개가 넘습니다.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누구에게서도 비슷한 얘기를 듣지 못하다가, 90년대 후반 즈음 audio asylum 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어 거기서 물어보니 cd rot, 그러니까 CD 부패 때문이라고 합디다.  측측측 하는 잡음은 eac로 리핑해보니 sync error 이더군요.  eac가 수십번을 되풀이 읽어도 안되었죠.

< 썩은 cd들 >

그래서 위험을 느껴 갖고 있는 cd들을 리핑하기 시작했죠.  가만히 있다가는 cd 다 버리겠더라구요. 리핑도구로는 exact audio copy를 썻습니다.  물론 이 도구도 audio asylum의 동료 죄수들의 의견을 보고 결정했죠.  틈틈히 컴퓨터에 옮기다 보니 5년 즈음 걸렸습니다. 리핑한 것은 처음에는 ape 로 압축했다가, 나중에는 flac 으로 했습니다. flac은 압축률이 ape와 비슷하지만 그대로 재생해주는 foobar 같은 플레이어가 있어서.  그리고 그 후로 몇 번 바꾸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작곡자별, 장르별 등으로 폴더구조를 만들어 압축파일과 함께 조금 손 본 cue sheet를 함께 저장해 놓아죠.  저는 이처럼 PC에 음악을 저장하기 시작한 이유가 PC로 음악을 듣겠다기 보다는 단순히 CD를 아카이빙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한 부패한 시디가 11개인데 아직도 발견 못한 것이 있겠죠.  시간이 갈 수록 괜찮던 것이 부패 되더군요.  그 중 제일 아깝던 것이 Raphael Ensemble이 연주한 브람스의 6중주 이었는데, 제가 퍽 좋아하던 시디였습니다. 그래서 어쩌나 하다 보니 이 시디 제작사인 hyperion이 시디를 보내면 다시 보내 준다고 하던군요.  그래서 보냈더니 정말 1달 후에 새 시디를 보내왔습니다.  이게 저의 썩은 시디 중 유일하게 원상회복을 한 것이죠.  그런데, 신기한 게 있습니다.  다시 받은 시디가 원래 시디와 분명히 소리가 다릅니다.  외양도 다르고.  일단 새로 받은 것이 더 가볍습니다.  그리고 소리는 새 것이 원래 것보다 상당히 못합니다.  Raphael Ensemble이 이 육중주를 매우 활기차게, 가까이에서, 거리낌 없이 연주한 관계로 소리가 보통 실내악보다 강렬했거든요.  그런데 새로 온 녀석은 원래 것에서 마이크를 2-3 미터 뒤에서 녹음하고, 마이크 앞에 손수건 얹고 한 것 같아요. 
우째 이런 일이...  hyperion이 다시 편집했나? 

컴퓨터에 음악파일들이 쌓이다 보니, 컴퓨터하다가 음악을 듣는 일이 잦아지죠.  제 컴은 조립제품에 사운드카드도 별도로 없는 내장형이랍니다.  스피커는 2-3만원 짜리이고요. 그래도 컴 하면서 음악 들을 수 있으니 어딥니까? 

그러더가 몇 년 전에 cd 트랜스포트로 쓰던 cd 플레이어가 12년 열심히 수고하다가 나 이제 그만 쉴래 하더군요.  그래서 dvd 플레이어가 cd 트랜스포트도 겸하게 되었죠.  dvd에서 나오는 지터가 어떤 지는 몰라도 지터를 낮추어주는 Monarcy Audio의 DIP 24/96을 쓰고 있었기에 그냥 DAC에 연결했죠.  그런데 원래보다 못해요.  dvd에서 TV로 연결된 선들을 빼어 놓아 케이블tv - tv - dvd로 들어오는 지저분한 ground 잡음들을 방지해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새 트랜스포트 사는 것도 그렇고.  눈치보이고, 경제적으로도 좀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귀차니즘도 발전 하더군요.  컴퓨터에 음악파일들이 많으니 컴을 트랜스포트로 사용하면 cd 다 창고에 넣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겠죠.   물론 무소음 샤방샤방 컴에, 좋은 사운드카드 얹혀 앰프에 연결해 듣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껏 제가 보아온 자료나 아니면 선입감 때문이라도 아직 위 "접근 방법은 좀 아닐것이다" 라고 생각하죠.    

2003~2004 부터인가, 제가 열심히 파던 audio asylum에 "pc로 음악 즐기자" 라는 친구들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pc audio asylum이 별도로 만들어졌죠.  그리고는, 지금도 성장 중이죠.

저는 아직 pc 오디오 없습니다.  그렇지만 죄금 공부는 했기에 이제부터 좀 해보려고 합니다.  느긋하게 그 과정을 즐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