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Here

느긋 나른한 여름에

이현봉 2022. 7. 2. 16:45

https://youtu.be/WYc8YVm8_MQ

딱 이 맘 때였을 것 같다. 

장마 중 해가 반짝 할 때에 집 뒤 산에 올라 친구들과 놀다보면 저녁이 되어도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온갖 풀, 나무가 내는 쌉쌀, 달콤, 약간 매운 것도 같은 냄새.  콸콸흐르는 냇물.  냇물 막고 첨벙, 가제도 찾아보고.  

근심이라곤 오늘 오후반 수업 땡땡이 쳐도 괜찮을까?  오늘 숙제 검사하는 것 아닌가?  아랫마을과 돌팔매 편 싸움할 때 내가 맞힌 것 같은 친구 패거리가 학교가는 길에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닐까?  어둑해서 집에 가면 엄니에게 또 혼날 것 같고.  

탑산이 보이고 그 너머 지는 해에 진해바다는 은빛 갈치 비늘, 주황색 금붕어 같기도 하고.  물은 파란 색인데 왜 그렇지?  무지 먼 곳 같았는데 나중에 보니 몇 킬로미터가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에도 이런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바랬던 것 같다.  

지난 봄에 진해 가보니 내가 살던 마을 송두리째 없어졌다.  소나무밭, 벛꼿 길, 다.  

핑크플로이드의 Fat Old Sun을 들으며 그 때 생각 하면서, ..  기분 삼삼하다.  Not bad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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