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Here

어버이날에

이현봉 2008. 5. 8. 18:48
나같이 게으르고 무심한 사람에게는 "무슨 무슨 날" 이나 "데이"가 썩 반갑지 않다.  신경써야 하니.  그렇다고 신경쓰는 것도 아니면서.  

어머니 권유도 있고 해서, 지난 4월 초 아마도 아버지 돌아가신지 25년 동안 통 털어 새해 들어 가장 일찍 국립묘지에 갔었다.  처와 아들녀석도 같이. 

벚꽃이 활짝 피어, 흰꽃잎이 싸아 떨어지고 있었다.  오래전 유치원 때였던가 아니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던가 진해 살 때 아버지에게 내가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벚꽃이 활짝 핀 큰 길에서 달리던 기억이 있다.  그 때에도 벚꽃이 멋있었다. 

헬리콥터가 국립묘지 위를 지나간다.  내가 큰 다음, 어느날 아버지가 자정이 넘어 집에 오셨는데, 지방에서 헬기타고 서울오다가 안개가 잔뜩끼어 고생하다 겨우 길이 보여 길따라 오느라고 늦었다 하셨다.  긴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월남에서 작전 나가는 병사들 헬기 타는 것, 헬기에서 조용한 모습보는 것 보다는 괜찮았다는 얘기를 하신 것도 생각난다. 

돌아가시기 전 해 겨울 눈이 많이 내린 아침, 눈을 치울 때 담벼락 너머에서 개똥 가루와 눈 범벅을 된통 맞았다.  입에 가루가 조금 들어갔다.  눈에도.  옷 틈으로도.   아버지가 언 개똥을 잘게 삽으로 부순 것에다 눈을 함께 담너머에다 냅다 버린 것이다.  이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밖에서 눈 치우는 것 알면서 그래 개똥가루를 뒤집어 쓰게 해.  성질나서 들어갔더니, 내 모습보고 아버지가 씩 웃으셨다.  장난도 도가 지나치지.  그대로 목욕탕으로 갔다.  설마 아버지가 일부러 그랬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다.    으으으...    저녁까지 계속 저기압 이던 중, 아버지가 말하길 "너 정말 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너 개똥가루 뒤집어 쓴 것에 대해선 미안하다"  그러면서 웃으셨다.  아아아...    그 때 미안하다는 말 그 이전이나 그 이후 유일하게 들었다. 

아버지 살아 계셔 술 한 잔 했으면 좋겠다.  술 약한 아버지 골탕먹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어머니에게 다녀 올까.



Wish You Were Here

So, so you think you can tell Heaven from Hell,
blue skies from pain.
Can you tell a green field from a cold steel rail? A smile from a veil?
Do you think you can tell?

And did they get you trade your heroes for ghosts?
Hot ashes for trees? Hot air for a cool breeze?
Cold comfort for change? And did you exchange
a walk on part in the war for a lead role in a cage?

How I wish, how I wish you were here.
We're just two lost souls swimming in a fish bowl,
year after year,
running over the same old ground. What have we found?
The same old fears,
wish you were here.


슬픈 노래지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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