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Here

술먹은 공룡들

이현봉 2008. 5. 22. 01:32
후배 사장과 한잔 했다.  어느덧 후배도 40 중반에 다가섰네.  IT 회사의 사장 한 지도 8년이 넘었고.
사업얘기와 함께 우리들의 얘기도 반주로 하고.

전자과, 전산과인 우리가 어떻게 전공을 택했던가.  수학도 잘했고 이빨보다는 생각을 더 잘했지.
그리고 공대가 우리나라를 더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정말 생각했잖아.

왜 사장을 했지?  내 사업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자신이 있는 편이거든.  굳이 리스크 감수를
잘 한다기 보다는 좀 더 이상적이고 조금 더 무모하지.  긍정적이라고 자위하자.

사업을 하다보니 사장이 아니었으면 평생 상대하지 않아도 될 인간들을 상대하기도 해야 하고.
얼마전에는 내가 건넨 명함을 받고는, 이런 명함은 곧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고 말하는
인간도 있었고.

그리고, 우리는 진짜로 떳떳하게 사업을 잘 하고 싶다.  우리의 능력과 헌신으로.

사업을 잘 하려면 사장이 돈 욕심이 많아야 한다는데 우리는 부자가 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부족했다.  Greed가 구체적이어야 더 치밀하고 계산적인 사업 추진이 되는데.

우리에게도 할 말이 있다.  공대생이 멋 부리는 것을 배웠어야지.  사치, 명품 이런 것
아예 머리에 없으니 무슨 인센티브가 있겠나?  우리에게 멋있고 자랑스런 것은 우리의 노력으로
만든 것이 널리 사람에게 쓰여 도움이 되고, 이름이 알려 졌으면 하는 것인데.  에디슨같이.
돈도 많이 벌면 더욱 좋고. 

후배 사장이 퇴근하면서 메고 갈 쌕을 꾸리는데 노트북과 몇 가지 서류들이 들어간다. 
술자리가 끝나고 그는 다시 그의 직원들이 회식을 하는데 잠깐 들른다.  그리고 지난 8년
그랬듯이 지하철을 타고 경기도 그의 집으로 가고.  아마 자기 전 서류들을 볼지도.

요즈음 우리 뒤 세대는 매우 현실적이다.  이해되고 괜찮아 보인다. 
우리는 그렇지 만은 못하다.  우리가 공룡같다.  멸종해 가는.

그의 말처럼 책임감 때문에?  누구에게?  우리가 빚진 것 있나?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보답이 될 정도가 되면 좋겠다.

이제 공룡에게도 운이 조금 친절해 주었으면






U2 - Walk On

And if the darkness is to keep us apart
And if the daylight feels like it's a long way off
And if your glass heart should crack
And for a second you turn back
Oh no, be strong

Walk on, walk on
What you got they can't steal it
No they can't even feel it
Walk on, walk on...
Stay safe tonight

보노가 흰 깃발 들고 뛰어 다닐 때 U2 콘서트에 갔었다.
그로부터 거의 20년 뒤 암스텔담 길가에서 U2가 흘렀다. 
Walk On 뮤직 비디오 이었는데, 오랜만에 들은 U2 였다.

낯선 곳에서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아, 곡이 마음에 와 닿아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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