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Here

아름다운 것

이현봉 2007. 8. 15. 15:20

오늘 뜻깊은 날, 마이윙이 세상에 나왔다.

아름다운 물건은 어떤 것일까?  그러면 처음부터 해로운 의도를 갖고 태어나는 물건도 있을까?
원자 분열 기술을 발전시킨 사람들이 처음부터 원자력 발전소, 원자폭탄, 방사능 치료 중 어떤 것을 생각하며 기술 개발을 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핵물리 자체가 재미있어 연구를 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또 많은 물건들이 아름다운 의도를 갖고 태어난다. 항생제, 전기불, 등등 그리고 왭.

마이윙, 이 이름은 우리가 7년 전부터 서비스를 하려고 갖고 있던 녀석이다. 그런데, 그 동안 걸맞는 서비스를 못 찾아 놀고 있었다.  그져 막연히 나와 우리를 마음껏 웹공간에서 날도록 해 주는 그런 서비스 이었으면 했다.

4년도 더 된 옛날, www.lluna.de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회원 등록을 하면 내가 어느 사이트를 방문하더라도 다른 lluna 회원을 방문한 웹페이지 아래에 아바타로 띄어 주어 그들과 채팅을 하게 해 주는 서비스이었다.  당시 나는 P2P 되어가는 모양에 실망을 하고 있었다.  좋은 개념인데 파일공유, 분산 디스크 같은 니치에서 벗어나 일반 웹 사용자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개발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lluna를 보며, "당연하지, 이래야지" 하고 생각했다.  lluna 에서 meebo, stumbleupon 은 반 발자욱 거리였고, del.icio.us 는 한 발자욱 이었다. lluna 보고 한시간 이내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마이윙의 레드윙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웹사용자, 우리 웹 참여자들이 실제 세계에서와 같이, 아니 실제 세계보다 더 자유롭게 이 새로운 웹세계에서 자신들을 나타내고, 주인이 되고, 새로운 기회를 잡고,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2004년 들어서서 언짢은 것이 더 보이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포털들이 지나치게 이기적이라고 느껴졌다. 원래 P2P에서 출발한 웹이지만 점차로 컨텐츠가 쌓이면서 관리필요가 생기고 중력이 발생해 큰 곳으로 모인다고 쳐도, 이 녀석이 블랙홀처럼 되버려 주변의 별들을 다 잡아 먹으면 우리 웹우주가 시꺼멓게 죽는게 아닌감.  웹에 너희들만 있냐?  블로그도 못 옮기게 하고...

그래서, 20대 부터 간직했던 믿음,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정보가 공평하게 흘러 그들이 기회를 잡고 돈도 벌어야 한다는, 열받음, 그리고 P2P/lluna 가 뒤섞이면서 2004년 들어 마이윙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웹페이지를 갖고, 그 웹페이지를 다른 모든 사람들의 컨텐츠를 활용해 꾸밀 수 있고, 물론 자기 것도 제공하고, 이러면 모든 웹페이지들이 포털같이 되겠네.  재미겠다.  그러면, 또 어떻게 될까?   더 돌아 다니겠지?  그러면, 사람들 만나잖아.  우리들이 실제 세상에서 사람들 만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계속 연상되는 것은 자연스런 것이었다.  어려운 점은 이런 구조가 내재적으로 아름다운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는지?  어느 한 쪽이 지나친 횡포를 부릴 내재적 알고리즘이 있는지?


당시 돈 한푼이 아쉬울 때였지만, 마이윙은 그 어떤 돈 버는 구조를 먼저 생각하고 창안되지 않았다.  또, 우리가 잘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패배자로 만들어야 하는 구조도 배제하려 했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기회와 혜택이 돌아가는 그런 구조를 꿈꾼다.  상품도 아름다워야 한다.

마이윙의 첫번째 서비스, 레드윙이 나왔다. 언젠가는 이 것이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되지 않는 날이 올런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오랜동안 개발에 수고한 웹팀, 열심히 돈 벌고 있는 모바일팀, 열심히 생각 짜 내는 지원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쳤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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